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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특집  

우리 마음에 감사나무를 심어요
감사와 긍정 먹고 자란 ‘뿌리 깊은 나무’ 흔들리지 않는다

 

149-감사나무.jpg

 

“그 나무의 열매는 언제나 열릴까요?”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는 노인에게 행인이 물었습니다. 노인이 “70년 후에나 열릴 것”이라고 답하자 행인이 비웃었지요. 그러자 노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과수원에는 열매가 풍성했어. 그것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할아버지가 씨앗을 뿌렸기 때문이지. 내 경우도 그렇다네.”


나무를 심은 사람

식목일을 앞두고 도서관에 가서 나무에 대한 책을 찾아봤습니다. 가장 먼저 손에 든 것이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었습니다.

방황하던 20대의 장 지오노가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조금도 느낄 수 없었던 황무지를 찾아간 것은 1913년이었습니다. 당시 묵묵히 도토리를 심던 양치기 목자 엘제아르 부피에를 만났는데, 부피에의 나이는 55세였지요. 그리고 두 차례 세계대전이 세상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장 지오노가 엘제아르 부피에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1945년 6월. 당시 부피에의 나이는 87세였지요. 전쟁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장 지오노는 다시 황무지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더 이상 황무지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공기까지도. 옛날에 나를 맞아주었던 건조하고 난폭한 바람 대신에 향긋한 냄새를 실은 부드러운 미풍이 불고 있었다. 물 흐르는 소리 같은 것이 저 높은 언덕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람소리였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못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진짜 물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나는 샘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물은 풍부하게 넘쳐흘렀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한 대목입니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 즉 식목(植木)의 의미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날의 그 샘들은 숲이 머금고 있었던 비와 눈에서 물을 받아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샘물로 수로를 만들었다. 단풍나무 숲속에 있는 농장마다 샘물이 흘러들어 융단 같은 박하 잎 위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나무를 심은 사람’은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유한킴벌리 나무심기 캠페인(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실무를 담당했던 이은욱 전 부사장의 고백을 어느 강연장에서 직접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전 부사장은 사실 처음에는 대학에서 경영학까지 전공한 자신이 나무나 심으러 회사에 들어왔나 하는 회의에 빠졌다고 합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나무를 심은 장소는 충청북도 백우면 화당리였다. 이번 한 번만 억지로 갔다가 오고 다음에 또 가라고 하면 사표다, 이런 생각을 하며 매번 행사 준비를 했다. 행사 준비라는 것이 사실은 잡일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테면 묘목 챙기고, 괭이와 삽 등을 사람 숫자대로 맞춰 놓고 도시락 인원수대로 준비하기, 명패 만들어놓고 현수막 걸기, 잡목 걷어내기, 1m 간격으로 구덩이 파기 등이다.”

이 전 부사장은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지방에 내려가 나무 심는 일을 하면서 속으로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참석자들 챙기느라 정작 자신은 밥도 못 먹고 일했고, 잠은 그 동네 부녀회장 댁에서 잤는데 하도 허기가 져서 반찬도 없이 밥을 고봉으로 먹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합니다. 그땐 정말 언제쯤이면 이 고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었다고 합니다.

세월은 화살처럼 흘렀습니다. 그러던 중 1997년 말에 IMF 사태가 터졌습니다. 여기저기서 친구들이 전화를 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모두들 해고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였습니다. 우울한 마음에 이은욱 전 부사장은 어느 날 화당리를 찾아갔습니다. 그쪽으로는 절대 오줌도 안 눈다고 다짐까지 했는데 말입니다.

“화당리에 도착해서 깜짝 놀랐다. 처음 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황량한 민둥산이었는데, 어느새 푸른 산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때 산 밑 개울에서 먹을 물 날라다 주느라 말통을 양손으로 들고 보리밭을 가로질렀던 기억이 생생한데, 신기하게도 그런 산에 실개천이 생겨나 있었다. 두 손가락으로 슬쩍 집어 올려도 힘없이 뽑혔던 나무가 어느 틈에 내 어깨를 쉬게 해줄 정도로 자라나 있었다.”

당시 이 전 부사장은 ‘이런 일은 신만이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사람도 할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신이 천지창조를 한 것처럼 인간도 이런 창조적인 일을 하라는 가르침이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자신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눈물 나게 고마웠다고 합니다. 이 전 부사장은 그렇게 IMF 증후군을 이겨낼 수 있었지요.



무릎 꿇은 나무

나무가 우리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고난과 역경을 뚫고 일어서기입니다. 록키산맥의 해발 3000미터에는 수목 한계선 지대가 있습니다. 이곳의 나무들은 매서운 바람과 추위 때문에 곧게 서지 못하고 ‘무릎 꿇은 모습’을 한 채 자랍니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이 나무들은 생존하기 위하여 무서운 인내력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공명(共鳴)이 잘 되는 명품 바이올린이 바로 이 ‘무릎 꿇은 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영혼을 온전히 간직한 채 인생의 절묘한 선율과 화음을 내는 사람은 아무런 고난 없이 온실 같은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칼바람이 부는 고랭지에서 온갖 역경과 아픔을 겪어온 사람이 인생의 대기(大器)로 성장합니다. 감사와 긍정으로 성장한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쉼과 휴식도 나무가 우리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메시지입니다. 미국 소설 ‘톰 소여의 모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공의 비결은 당신의 직업(vocation)을 휴가(vacation)로 만드는 데 있다.”

휴가를 보내는 것처럼 즐겁게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역설적 교훈이지요. 일만 알고 쉼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의 운명은 파국으로 귀결될 뿐입니다. 휴식(休息)의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 앉아 있는 모양을, 식(息)은 자신(自)의 마음(心)을 돌아보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나무에 기대 앉아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도서관에서 나무에 대한 책을 찾다가 두 번째로 손에 잡은 것이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습니다.

나무 한 그루와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매일 나무를 찾아가 잎을 주워 왕관을 만들어 쓰기도 하고, 나무에 매달려 그네도 탔습니다. 나무에 달린 열매도 따 먹었고 그늘 아래에 누워서 낮잠도 잤습니다. 소년은 나무를 매우 사랑했고, 나무도 소년이 있어서 마냥 행복했습니다.

세월이 지나 나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어느 날 청년으로 성장한 소년이 나무를 찾아왔습니다. 나무는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어서 와서 그네도 타고, 열매도 따 먹으며 놀자.”                               
 

하지만 소년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놀기엔 나이가 많아. 나는 돈이 필요해.”

나무가 말했습니다.

“그럼 내 열매를 따서 팔아. 그러면 돈이 생길거야.”

소년은 열매를 잔뜩 따가지고 떠나가 버렸습니다.

이후 세월이 흘렀고, 청년이 된 소년은 중년, 장년, 노년이 될 때마다 나무를 찾아왔습니다. 중년이 된 소년은 가지를 베어다가 집을 지었고, 장년이 된 소년은 몸통을 베어다가 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노인이 된 소년이 다시 나무를 찾아왔습니다. 나무가 말했습니다.

“미안해. 이제 나에게는 열매도 없고 몸통도 없어. 남은 것은 밑동뿐이야.”

소년이 말했습니다.

“나도 이제 더 이상 필요한 게 없어. 그냥 앉아 쉬면 좋겠어.”

그러자 나무가 말했습니다.

“여기에 앉아. 쉬기엔 나무 밑동이 최고야.”


소년은 나무 밑동에 가만히 앉았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었지만 그래도 나무는 마냥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우리도 소설 속의 소년처럼 나무의 진정한 나눔에 감사하고 감동하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늘 감사 넘치는 나무

‘한국을 지켜온 나무 이야기’의 저자인 원종태 전 여주시산림조합장은 ‘행복한 나무꾼’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주대학교 세종리더십 길라잡이 양성과정에서 행복나눔125 교육을 받았던 그가 나무에 대한 25가지 감사를 보내왔습니다. 독자들도 나무에 대한 감사 편지를 써보시기 바랍니다.      

“1.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니 감사합니다. 

2. 새로 돋는 순을 곤충과 동물들에게 아낌없이 먹잇감으로 주니 감사합니다.

3. 꽃을 피워 아름다움을 선사하니 감사합니다.
4. 달콤한 꿀을 생산해 귀중한 먹거리를 제공하니 감사합니다.

5.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니 감사합니다.

6. 강인한 모습에서 용기를 얻으니 감사합니다. 

7. 부드러움에서 유연함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8. 정돈된 자태로 질서를 보여주니 감사합니다. 9. 달콤한 향기로 숲속을 채워주니 감사합니다.
10. 함께 어울려 사는 아름다운 모습에 감사합니다. 

11. 비바람과 찬 서리를 이기는 모습에서 삶의 교훈을 얻어 감사합니다.

12. 살아서는 동물들에게, 죽어서는 곤충에게 온몸을 내어주니 감사합니다.

13. 질병을 치료하는 효험을 제공하니 감사합니다.

14. 서로서로 독특한 모양으로 다양함을 선물하니 감사합니다.

15. 모두 주고도 교만하지 않으니 감사합니다. 

16.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감사합니다. 

17. 수백 년을 살아온 끈기에 감사합니다.

18. 쉬지 않고 피톤치드, 테라핀 등 유익한 물질을 내뿜어 인류의 건강을 지켜주니 감사합니다.

19. 좋은 공기를 끊임없이 선물하니 감사합니다.

20. 신성한 푸름을 인간에게 선사하니 감사합니다.

21. 풍성한 열매로 동물과 새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니 감사합니다.

22. 아름다운 단풍으로 마음을 화려하게 하여주니 감사합니다.

23.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감사합니다.

24.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고 가니 감사합니다.  25. 언제 보아도 감사가 넘치는 나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       

정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