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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박병호 선수(사진제공=미네소타 트윈스)는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3동에 위치한 영남중학교(교장 유면옥) 야구부가 배출한 최고 스타 중 한 명이다. 지난 7일 박 선수는 미네소타 트윈스 입단이 확정된 이후에 처음으로 국내 취재진 앞에 섰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의 빅리그 입성에 100여 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기자회견은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협상 과정과 미국 무대에서의 포부 등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이어진 가운데 최근 야구계와 언론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악플러에 대한 질의도 빠지지 않았다. 짓궂은 질문을 받고 옅은 미소를 짓더니 박 선수는 지난 3년 동안 지겹도록 자신에게 ‘악성 댓글’을 단 악플러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싶다며 인간적이면서도 대범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역시 거포답다”는 언론의 호평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영남중의 감사교육을 말하기에 앞서 박병호 선수를 언급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필요한 것은 ‘실력’만이 아니라는 것을 박 선수가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결정적 순간에 그 사람의 진짜 실력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사람 됨됨이 즉 ‘인성’인지도 모른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 ‘성격’ 순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을 것이다.

영남중은 감사교육의 새내기다. 공립학교 남녀공학으로 학생 수가 약 750명인 영남중의 감사교육은 유면옥 교장의 결단으로 시작됐다. 4~5년 전부터 우연히 감사를 만나 혼자 공부를 해오면서 자신의 교육 철학을 펼칠 수 있는 교장이 되면 감사교육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러다 지난 9월 영남중 교장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부임 이후 교장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 학교의 교육 키워드를 배움, 나눔, 감사로 결정했다.
유면옥 교장은 감사교육이 성공하려면 교장과 교사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신부터 교장으로 부임한 9월 1일부터 매일 감사 쓰기를 실천하고 있다. 아침 8시 출근 직후 쓰고, 업무 중에도 쓰고, 오후 5시 퇴근 직전에 또 쓴다. 하루 평균 10개, 많을 때는 15개를 완결된 문장 형식으로 작성하고 있다. 주변에서 이를 따라 하는 교사들이 한두 명씩 생겨나고 있다.


   

영남중은 지난해 가을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100감사 쓰기 대회를 실시했다. 학생들과 함께 감사를 활용한 인성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첫 시도였다. 100감사 쓰기는 3개 부문(부모님께, 교사에게, 친구에게)에 걸쳐 실시했는데, 100가지 감사를 쓰면 1만원 문화상품권을 상금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3개 부문 모두 쓰면 3만원).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자율에 맡겼지만 전교생 중에서 10분의 1이 참여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영남중에는 야구부가 있다. 유 교장은 부임 이후 야구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과 영어공부 봉사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나 운동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감사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인성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기자회견에서 통역 없이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추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투수, 포수, 유격수, 좌익수, 내야, 선수대기석, 도루, 사구, 심판….

영남중 야구부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교장실에 가서 치르는 시험문제 항목이다. 학생들은 야구에 필요한 약 30개의 용어를 영어로 모두 적고 읽어야 한다. 공부에 담을 쌓고 운동만 하던 학생들도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원대한 목표가 생기자 열심히 공부해 다음과 같이 정답을 적어 넣어 100점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pitcher, catcher, shortstop, left fielder, in field, dugout, steal, base on balls, referee….

유면옥 교장은 여기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영어회화도 추가했다. 학생들이 교장실에 오면 유 교장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학생들은 영어로 대답한다.

What is your name?
Where are you come from?
How old are you?
What is your hobby?
What is your position?

물론 이 정도의 단순한 몇 마디 회화 공부로 영어 대화가 가능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 교장은 학생들에게 ‘실마리’와 ‘마중물’을 만들어주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감사교육을 결합하면 시너지효과까지 발휘될 것이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교육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을 시켜주고 싶습니다. 나는 실력과 인성은 반의어가 아니라 동의어라고 생각합니다. 영남중을 체력과 지성이라는 실력, 감사와 배려라는 인성을 겸비한 행복과 사랑이 넘치는 학교로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