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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아픔이 학생 지도에 도움
‘학생의 교사’이기 전에 ‘인생 선배’

무반응.
청석고 신선균 교사가 동료교사들에게 감사문자를 보냈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신 교사는 결코 실망하지 않았다. ‘교사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감사달력, 감사나눔신문 등에서 좋은 글들을 발췌해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송했다.
그렇게 침묵의 2개월이 흘렀다. 어느 날 한 동료교사가 첫 답장을 보내왔다. 물꼬가 터지자 무반응의 시간은 종말을 고했다. 침묵의 종말은 소통의 출발이 되었다.
청석고는 감사교육을 도입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교사가 먼저 감사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하자는 것도 그 중의 하나였다. 교사가 먼저 느끼고 배워야 학생들에게 전하고 가르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신선균 교사의 감사 문자 발신이 동료교사들의 수신을 거쳐 마침내 소통으로 이어진 것은 신기원의 분수령이 되었다.  

불평.
두 번째 고개가 신 교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런 걸 왜 하는 거야’, ‘정말 귀찮게 만드네’ 같은 불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 교사는 좌절하지 않았다. ‘좌절금지’는 지난 20년 동안 그가 키워온 미덕의 하나였다. 

신선균 교사는 1990년대 후반 IMF 사태 당시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과 사회와 나라, 나아가 절대자에게까지 원망의 화살을 날렸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최악이었습니다. 집도 없었고, 생활비도 없었습니다. 감사할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 매일 짜증만 쌓여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성경에서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구절을 발견했다.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별세한 아버지가 정한 가훈(家訓)이기도 했다. 문득 ‘그래, 나는 항상 불평만 할 줄 알았지 그 동안 감사한 적이 없었구나’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감사는 무엇보다 먼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았다. 그러자 어둠에 서광이 비추듯이 감사할 것들이 자꾸만 생겨났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자 새로운 도전의 발판도 보였다.

‘그래, 임용고시에 도전하자.’

당시 신선균 교사의 나이가 36세였다. 늦은 나이였지만 임용고시에 합격했고, 현재까지 청석고에서 교사로 일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의 아픈 경험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던 것이 인성교육을 해야 하는 저에게는 큰 자산이 됐습니다. 학생들의 교사이기 이전에 인생의 선배로서 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뭔가 유익한 말을 해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입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늘 도움을 주고 싶었던 교사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인성교육은 딱 마음에 드는 업무였습니다.”

늘 마음으로만 품고 있던 ‘감사의 힘’은 청석고에서 인성 담당 분야를 맡게 되면서 그 뜻을 이루게 되었다. 감사 부자캠프를 통하여 이른바 불량학생으로 불리던 6명의 학생과 그 가정을 변화시켰던 감동의 순간은 지금도 가슴에 진하게 남아 있다. 다음은 이날 신 교사와 사진 촬영에 나선 두 학생의 고백이다.

“친구들과 함께 감사쓰기를 하면서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발표하는 것을 들을 때 신기했습니다. ‘아 이 친구는 이렇게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친구에 대한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고, 그 친구와의 관계도 새로워진 것 같습니다. 같은 반이긴 해도 대화를 잘 못했던 친구들이 있는데, 학기 초에는 쌀처럼 ‘각기 따로(개인주의)’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감사 쓰기를 하다 보니 ‘쌀이 밥으로 변화되듯(공동체의식)’ 점점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마음속에서 뭔가 친구에 대한 마음이 달라지고 친근감이 생겼습니다.”(유종건 2학년 7반)

“제가 굉장히 좋지 않게 생각했던 친구가 저에게 감사카드를 써주면서 ”잘 대해주지 않았는데 감사하다“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친구가 굉장히 특이하고 이상한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감사카드를 계기로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됐고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큰 울림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무슨 말만 해도, 심지어 진지한 말을 할 때조차도 웃어버리니까, 나랑 대화할 마음이 없나보다 그렇게 오해를 했었습니다. 지금은 ‘습관이구나. 그 친구의 장점이기도 하네’라고 이해하고, 저도 힘들 때는 웃어보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