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섹션

Extra Form
발행일자 2016-07-01
기 고 자 김서정
발행호수 155

“인문서냐? 자기계발서냐? 문제는 나의 태도”
자기계발서 애독자가 ‘땡큐 레터’ 저자가 되다


155-1.JPG

 

“그건 루저의 책(Loser’s book)이야. 왜냐하면 루저(Loser)들이 현실 도피하려고, 현실을 잊으려고 읽는 거니까. 볼 때뿐이지 보고 나서 현실은 여전히 루저잖아!”

루저는 무엇을 말하는가? 경쟁에서 진 패자敗者)이다. 루저의 책은 무엇을 말하는가? 여기서는 자기계발서를 말한다. 현실을 잘 견뎌내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고 있는데 위와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 것인가?

이 말을 직접 들은 ‘땡큐 레터’의 저자 신유경은 자신의 책에서 “아주 무례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반박할 수 없었다. … 사실 자기계발서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의 이유도 그것 아닌가. 읽을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가질 수 있을 것 같지만 덮고 나면 현실은 여전히 똑같다고. 그걸로 인해 변하는 사람은 없다고.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해 헛된 희망이나 품게 하면서 그런 책에 매달리게 한다고 말이다”라고 말하면서도 거기에서 새로운 발견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그것은 책의 문제라기보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 달렸다.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이다.

출판시장에서 항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논쟁거리가 있다. “인문서냐? 자기계발서냐?” 하는 것이다.

자기계발서를 폄하하는 사람들은 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이 세상이 복잡한 것은 둘째 치고 예측 불허의 미래에서 어떻게 단기적인 처방으로 우리 자신이 중심을 잡고 살 수 있다는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세상을 성찰하고 인식을 깊게 하는 것만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기계발서는 우리를 현혹시킬 뿐이다. 아무런 답이 될 수 없다.”
자기계발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문서들은 당장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너무 방대하고 내용이 심층적이어서 즉각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찌 보면 지적 유희 같아 거리감도 느껴진다. 우리의 삶을 개선시켜주고 좌절에서 희망을 가져다주는 명확한 말들이 제시되는 자기계발서가 우리 인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10여년을 영어강사로 일했던 신유경은 20대 중반부터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긍정적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녀에게 건강 악화와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악재가 다가왔다.

“2014년 겨울, 나는 우리 아이에게 내가 누린 것의 반도 못해줄 것 같다는 불안감, 당장 돈이 없다는 절망감,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현실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암담함에 무기력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그녀에게 다시 다가온 책이 있었다.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던 존 크랠릭 변호사가 그 안에서 감사할 거리를 찾아 365일 동안 감사편지를 쓴 이야기를 담은 ‘365 Thank You?’였다. 그녀는 진짜 응원군을 만난 것처럼 그 책을 읽었고, 자신도 365일 동안 감사편지를 쓰기로 결심했고, 실행에 옮긴 지 1년이 지나면서 어마어마한 변화를 겪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원래 뭐든 시작하기 전엔 항상 ‘이게 될까’라는 의문부터 품곤 했는데, 이번에는 왜 힘들어도 전혀 포기할 생각을 안했는지, 아니 못했는지, 왜 전혀 의심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다. 그 상황에서 내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땡큐 레터’를 보면 신유경은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독서가 주는 힘을 자연스레 터득했고, 그것이 변화를 일으켰다. 그 바탕은 물론 그녀의 절박함이었다. 사실 이것만큼 가장 큰 독서의 부여 동기는 없다.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 독서가 아니라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절실함이 독서에 지속성을 가져다준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에 “인문서냐? 자기계발서냐” 하는 것은 하등 문제가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책과 자신과의 관계 맺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신유경의 경우 더 큰 변화가 일어났던 것은 바로 독서의 마지막 단계인 글쓰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읽기보다 쓰기가 인식의 깊이를 더해주는데, 역시 신유경은 자연스레 그 과정을 밟아나갔다. 감사편지를 쓰는 동안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하나의 책을 여러 번 읽게 되었고, 메모와 필사를 습관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인생의 관점을 변화시켰고, 자신의 책도 냈다. 독서와 글쓰기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을 스스로 얻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