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섹션

Extra Form
발행일자 2016-07-15
기 고 자 김서정 기자
발행호수 156

“인문서냐, 자기계발서냐, 인문형 자기계발서냐?”
생각사(士) 김승호가 쓴 생각서(書) ‘생각의 비밀’


156-13-1.JPG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가? 출발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종착은 자기 생각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만드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아니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표현하기가 겁이 난다. 여차하면 왕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사회적 기준에서 심하게 어긋나면 생존권에 위협이 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개진한다. 그럴 경우 과거에는 평범한 삶이 보장되었지만, 미래 사회에서는 도태될 수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기 위해 분투한다. 그러나 십중팔구 이 일을 어려워한다.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리처드 파인먼, 버지니아 울프, 제인 구달, 스트라빈스키, 마사 그레이엄 등 뛰어난 창조성을 발휘한 사람들의 생각하는 법을 들여다본 인문서다. 이 책의 저자들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그들의 발상법을 관찰, 형상화, 추상,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 등 13단계로 나누어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뿐 아니라 직관과 상상력을 갈고 닦아 창조성을 발휘하는 방법 또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생각의 탄생’은 국내에 소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현재도 많이 읽힌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의 생각을 만드는 데 참조를 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인문서가 어느덧 자기계발서 성격을 띠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는 이 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인문, 역사 분야로 분류된 ‘생각의 탄생’을 자기계발과 교육의 목적으로 탐독하면서, 이 책은 점차 인문서가 아니라 자기계발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생각의 탄생’은 과연 어느 분야의 책으로 분류해야 할까. ‘인문형 자기계발서’라는 말은 이렇게 탄생했다”고 말했다.

인문형 자기계발서는 어떤 책을 말하는가? 인문서는 대체로 어렵고 자기계발서는 비교적 쉽다는데, 이것이 어떻게 한 묶음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대략 이런 설명이 가능하다. 인문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방점은 자기계발에 가 있는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 ‘미움받을 용기’가 여기에 해당된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인문서를 읽기에는 시간이 없고, 자기계발서를 읽자니 너무 빤한 것 같고, 그 틈을 인문형 자기계발서가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독서는 나의 생각을 만드는 행위이다. 그래서 인문서냐, 자기계발서냐, 인문형 자기계발서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떤 태도로 읽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 권의 책을 소개한다. 인문서든 자기계발서든 인문형 자기계발서든 이들 책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타자의 생각, 타인의 삶, 누군가의 저작을 끊임없이 끌어다 쓴다.

하지만 빈손으로 10년 만에 순재산 4천억 원 신화의 주인공 김승호의 ‘생각의 비밀’을 보면, 초지일관 철두철미 자신의 생각만 개진한다. 일상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구체적인 생각들을 때로는 경구처럼 때로는 실천 지침처럼 강하게 펼쳐놓는다. 그 과정에서 타인의 생각은 거의 틈입하지 못한다. 그가 독서량이 적어서 구독 신문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사장 일을 하다 보면 점점 공부해야 될 것이 늘어난다. 회계학, 금융학, 경제학, 인문 교양, 법률, 환율, 노사·노무, 부동산. 심리학 등 끝이 없다. 그런데 이런 공부가 실제 사업이나 삶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좌표가 필요하다. 그 두 가지 좌표는 바로 역사와 지리다. 역사와 지리를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배우는 모든 것이 기초공사 없이 지은 빌딩 같다.”

그가 이처럼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책을 보는 이유는 “간혹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문득 두려움이 몰려올 때가 있다. 내가 아직까지 이런 걸 모르고 살았다는 두려움이다. 이 세상에 얼마나 고수들이 많은가, 하는 자각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여느 독서가들과 달라 보인다. 책이든 현실이든 모든 것을 자기 생각으로 만들 줄 안다.

‘생각의 비밀’은 경제경영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전문가보다는 성공을 꿈꾸는 일반인들이 많이 본다. 그런 이들에게 그는 “책방에서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도 그대로 따라하면 될 것이라고 믿지 마라. 자기계발서의 상당수가 당사자의 경험이 아니라 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들의 교육서”라고 하면서 “남들과 비슷하게 살려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거나 남들과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남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싶다면 이미 세상에서 누군가에 의해 형식화된 모든 것에 의문하는 버릇을 갖는 것이 첫걸음이다”라고 강조한다.

‘생각의 비밀’을 보면 왜 그가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지 수긍이 간다.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을 펼쳐놓은 책, 그걸 그의 말(생각사(士)는 변호사, 의사와 같이 법률 조언이나 병을 고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며 생계를 유지하듯, 생각을 전문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사다)을 빌려 생각서(書)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