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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자 2016-05-15
기 고 자 김서정
발행호수 152

선행은 공감이고 나눔입니다”
‘경주 최 부잣집’에서 캐낸 부(富)의 진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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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년간 10대를 이어온 최 부잣집 창고. 쌀 800석을 보관할 수 있는 현존하는 가장 크고 오래된 목조 곳간으로 알려진다.

행복나눔125의 1은 선행이고, 2는 독서이고, 5는 감사이다. 착한 일을 하는 것, 책을 읽는 것, 감사를 표현하는 것, 아무리 봐도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데 왜 이것을 하나로 묶어 동시에 실천하면 행복감이 늘어난다는 것일까? 여러 대답이 있지만, 셋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공감이다. 남의 처지와 감정을 그 속에 들어가 함께 느끼는 상태를 공감이라고 할 때, 남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나의 것을 직접 나누는 선행만큼, 간접 경험이지만 다양하게 타인의 삶을 공유하는 독서만큼, 낯설게 하기 효과보다 더 깊은 발견으로 익숙한 사람을 새롭게 끌어안는 감사만큼 공감 능력을 확산시키는 행위는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공감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서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인류의 역사를 주도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는 공감이며, 미래는 확실히 공감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감의 확산으로 “나의 이익은 상대방의 손해를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라는 고전적 경제 개념은 물러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나 자신의 행복을 증폭시킨다는 개념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고 하면서, 새로운 의식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공감은 이제 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 나라 연방 재정이 적자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 하지만 나는 우리에게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의 처지가 되어 보고, 우리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배고픈 아이들의 눈으로, 해고된 노동자의 눈으로, 당신의 방을 청소하는 이민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장기 불황으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대에 서로가 윈윈하며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바로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이고, 그랬을 때 행복나눔125의 실천 행위들은 그 중요성이 더욱더 커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선행, 독서, 감사는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행복 국가를 만드는 융합 시너지의 원천이 될 수 있고, 행복나눔125의 꾸준한 실천은 마음의 바탕을 변화시키면서 서로 달라진 마음들이 새롭게 연결되고, 그러면 새 마음, 새 정신문화가 만들어지면서 더 나은 사회로의 진입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점과 생각의 전환이 상당히 중요하다. 기존의 것에 얽매여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예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주 최 부잣집 이야기에서 찾아보겠다.

안하무인격의 재벌 3세 이야기를 다룬 영화 ‘베테랑’은 역대 관객 수 3위에 올라 있다. 어찌 보면 흔한 소재에 단순한 전개인데도 관객은 이 영화에 깊은 공감을 하면서 울분을 달랬다. 특히 재벌 3세 역할을 맡은 유아인의 “어이가 없네”라는 대사는 기막힌 경우를 접할 때마다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을 곱씹어 보면 볼수록 참말로 어이가 없다. 어떻게 같은 하늘 아래에서 태어나 누구는 430만원 때문에 아들 앞에서 수치와 모욕을 감내해야 하고, 누구는 430만원 때문에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고 하는 것인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인류 역사는 분명 제레미 리프킨의 말처럼, 이기적인 면보다 이타적인 면이 강하기에 협력과 공감의 정신을 키워왔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부류가 있다. 타인의 입장, 특히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감정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 경우들이다.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나는 어떤 상황이 되도 저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의 영역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고, 그러한 현상은 대부분 부자들에게서 나타난다고 한다.

부자들을 떠올릴 때마다 항상 나오는 말이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성경 구절이다. 그만큼 부자들은 선망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자를 꿈꾸지 않는 사람들은 드물기 때문이다. 최고의 생존과 안정을 보장받는 부자에 대한 열망은 웬만해서는 쉽게 버리기 어려운 삶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처럼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우리에게 희망처럼 다가오는 사례가 바로 경주 최 부잣집 이야기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주도한 이탈리아의 메디치가도 200년 남짓 존재했지만, 무려 300년이나 부자의 명맥을 이어오면서 백성들의 존경까지 받아온 최 부잣집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자랑거리이자 부자의 롤 모델이기 때문이다.

대구가톨릭대 경영학부 전진문 교수가 쓴 ‘경주 최 부잣집 300년 富의 비밀’을 보면, “경주 최 부자는 최치원의 17세 손인 최진립과 그 아들 최동량이 터전을 이루고 손자(19세 손)인 재경 최국선(1631~1682)으로부터 28세 손인 문파 최준(1884~1970)에 이르는 10대 약 300년 동안 부를 누린 일가를 일컫는 말”로 “오늘날의 시각으로 본다면 경영 이념 또는 경영 철학을 확고히 가진 훌륭한 경영자로 사회적 책임을 다한 존경할 만한 부자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어떤가? 회사는 어려운데 ‘먹튀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자신의 회사 주식을 판 경영자가 여전히 나오는 우리 현실에서 경주 최 부잣집 이야기는 정말 귀감을 삼아야 할 만한 것 아닌가? 부(富)를 어떻게 축적하고 부(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더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경주 최 부잣집이 쌓은 진정한 부(富)의 비밀은 바로 공감과 나눔이라는 것이다. 양인과 노비 계급으로 철저히 나뉘어졌던 조선시대에 상대의 처지를 진심으로 공감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파격적인(?) 나눔이 나올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경주 최 부잣집이 크게 부자가 된 결정적 계기는 최동량 시절 병작제를 실시한 것이었는데, 수확물을 작인과 딱 절반씩 나누어 가진 이 제도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착취와 갈취, 그리고 억압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에 농민의 처지를 공감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그들만의 지극히 인간적인 배려였던 셈이다. 그러한 것들이 결과적으로 부(富)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그 출발이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공감과 나눔임에는 분명하다.

마더 테레사는 노벨평화상을 받는 자리에서 “내가 노벨평화상을 타게 된 것은 가난한 사람들 덕분입니다. 이 상 덕분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우리의 양심을 움직인 거예요. 가난한 사람도 우리의 형제이며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레사는 “길 건너편에, 당신의 옆집에,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하면서 공감과 나눔을 강조했다.

그런 것 같다. 이 사회를 과거보다 더 나아가게 하는 것 가운데 공감과 나눔은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그랬을 때 경주 최 부잣집 이야기에서 부(富)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아래에 흐르는 공감과 나눔의 정신을 길어 올리는 것도 ‘베테랑’에 나오는 재벌 3세가 우리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즉, 행복나눔125에서 말하는 1은 일반적인 선행과 나눔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일구어낼 수 있는 무성한 뿌리이다. 이를 위해 관점과 생각의 변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잠시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 다음은 경주 최 부잣집에 전해져 내려오는 육훈(六訓, 집안을 다스리는 지침)과 육연(六然, 자신을 지키는 지침)이다. 부자가 되는 비밀이 아니라 ‘공감과 나눔’이라는 키워드로 읽어 나가면 새로운 마음의 문이 열릴 것이다.

■ 육훈(六訓) :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재산은 만석 이상 지니지 마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 육연(六然) : 자처초연(自處超然,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대인애연(對人靄然, 남에게 온화하게 대하며),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 마음을 맑게 가지고), 유사감연(有事敢然,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며), 득의담연(得意淡然, 성공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하고), 실의태연(失意泰然, 실패했을 때는 태연히 행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