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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자 2016-08-01
기 고 자 이준구 인천해사고 항해교사
발행호수 157

나눔현장 이야기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거리방향 표지판을 손수 제작한 이준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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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인천 해사고에 26년째 근무하는 항해과 교사이다.

지금이야 그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십수 년 전만 해도 대화 중에 내가 전직 선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상대방들로부터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은 “가 본 항구 중 어디가 제일 멋있었어요?”이다.

이제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만, 1981년 당시만 해도 여권 만들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였고, 복수여권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큰 자랑거리였다. 심지어는 금박의 태극문양이 들어있는 선원수첩조차 신기한 물건 취급을 받았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직업으로서의 선원에 대한 인기도 좋고 선원의 긍지도 대단했었다.

이십대 후반이었던 당시의 나는 외국문물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했었다. 몇 년 전에 만났던 사람과의 대화 내용이나 깔바도스 한잔 마시고 지나쳤던 프랑스 뒷골목의 대문짝 모양도 생각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도 자주 하니까 싫증도 나고 점점 재미도 없고, 점차 혼자만의 추억으로 남았다.

다니던 해운 관련 회사를 사직하고 해사고에 오니 어리고 호기심 많은 학생들로부터 승선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일 년을 넘기지 못하고 같은 질문이 또 반복되었다.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는 까닭이었다.

인천이 고향인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외항선을 바라보며 망둥이 낚시를 하였고 바다를 무척이나 동경하였다. 그 꿈을 어느 정도 이룬 지금도 배를 타고 싶으면 연안여객선이라도 타는 나였기에, 미래의 바다 후배들의 초롱초롱한 눈매를 보니 도저히 대답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매년 반복되는 질문에 대비하여 교육적인 면을 부각시키고자 다시 기억을 되살려 만들게 된 것이 교재용 ‘이준구의 승선견문록’이다.

또 하나는 ‘거리방향 표지판’이었다. 이 거리방향 표지판은 2015년 가을에 완성했다. 첫 구상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예산 확보는 2년 전부터 시작, 총 5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항해사의 경험을 되살려 위도, 경도에 따라 적당히 분배하여 표지판의 균형을 아름답게 맞추었다.

가장 고심한 부분은 예술성이었다. 기둥 굵기, 높이, 기둥 끝모양, 표지판의 크기, 글자색, 글자 크기, 글자 꼴, 글자 간격 등을 컴퓨터 그림판에서 모의실험하면서 확인하였다. 그 다음에 고심한 것이 색상이었다. 수십 가지 조합을 통해 그림판에서 모의실험 결과 지금처럼, 기둥은 자주색, 그리고 표지판은 4가지의 색을 지닌 총 43개의 표지판이 만들어졌다.

한국은 해운강국이고 조선강국이다. 그 중심에 인천 해사고가 있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큰 꿈과 자부심을 학생들이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