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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감사자랑-제주편

“기계에게 연애편지 썼더니 트러블이 줄었어요”

제주개발공사 직원들이 담당 기계를 ‘입사동기’로 부르는 이유 

 

삼다수 공장 탐방기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사장 김영철)는 2014년 12월 손욱 회장 특강을 시점으로 감사나눔을 도입했다. 이후 2015년 6월에 4시간짜리 감사나눔 이론·체험교육을 4회(6월 23일 50명, 6월 25일 57명, 6월 26일 58명, 6월 27일 50명) 진행했고, 하반기에는 16시간짜리 1박2일 불씨캠프를 3회(8월 28~29일 48명, 11월 6~7일 40명, 12월 4~5일 15명) 운영했다. 감사나눔은 제주도개발공사 조직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지난해 12월 4일 윤효석 생산기획팀장의 안내로 제주도개발공사 삼다수 공장을 탐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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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Thanks.
삼다수 공장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길을 끌었던 활자였습니다. 갓 뽑아낸 지하수를 우선 모아놓는 대형 원수(原水) 탱크 표면에 영어로 표기된 ‘사랑과 감사’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손욱 회장이 강연 중 언급한 밥과 양파 실험을 가지고 내부 논의를 거친 다음 지난해 5월에 새로 설치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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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삼다수는 그 자체로 뛰어난 물입니다. 18년 동안 화산암층을 통과하면서 깨끗하게 걸러졌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직원들이 사랑과 감사의 마음까지 담아서 삼다수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랑과 감사’ 스티커는 그런 우리 의지를 표현한 상징물입니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저자인 에모토 마사루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고맙습니다’를 붙인 물은 또렷하게 육각형의 아름다운 결정체를 만든 반면 ‘멍청한 놈’을 붙인 물은 결정이 깨진 채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인체의 70%는 물로 구성되어 있기에 물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물이 감사와 저주라는 말과 글자에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면, 우리는 동료와 고객,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기계에 어떤 말과 글을 던져야 할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원수 탱크 앞에서 윤효석 팀장이 ‘사랑과 감사’ 스티커를 부착하게 된 배경과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제주의 물과 자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홍보관을 둘러본 다음 기계들이 작동 중인 공장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사랑하는 우리의 친구 제병 5호기에게. 2000년대 시작을 우리와 함께 한 제병 5호기! 제병기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우리와 함께 할 동료가 느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언제나 좋은 동료로 함께 하길 우리 모두 기원해봅니다! 항상 감사드리며. 사랑합니다. 2015년 1월 생산2부 가족 일동.”


삼다수 공장 직원들이 자신이 담당한 기계에 일일이 붙여놓은 스티커 글 중 하나입니다. 연애편지를 쓰듯 기계와의 대화를 시도한 이들의 글은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조침문’을 연상케 했습니다. 물건을 사람처럼 대하는 의인법(擬人法)의 진수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계마다 붙여놓은 스티커 글에는 ‘당신’, ‘그대’, ‘막내’ 등 사람에게나 사용하는 표현들이 나옵니다. 심지어 자신의 기계를 ‘새침때기’나 ‘입사동기’로 부르는 사례도 목격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의 친구 L3 라벨러에게. 항상 한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수고하는 라벨러야! 쉴 틈 없이 하루 종일 삼다수에 옷을 입혀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리의 라벨러! 네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아무도 알아볼 수가 없단다! 이제까지 열심히 제 역할을 하는 너를 미처 생각하지 못해 미안하다. 항상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사랑한다. 라벨러야! 2015년 6월 생산1팀 가족 일동.”


라벨러는 삼다수 로고가 인쇄된 비닐을 페트병에 부착시키는 기계를, L3는 세 번째 라인을 가리킵니다. 윤효석 팀장의 안내로 공장을 둘러보다 기계 옆에서 작업하고 있는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자신이 담당하는 기계에게 연애편지를 쓸 줄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어서 그랬을까요. 그들의 표정은 동심의 어린이처럼 순수하고 해맑아 보였습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5, 6, 7, 8월이 삼다수의 성수기입니다. 그때 기계가 트러블을 일으키면 납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매년 진땀을 흘리며 홍역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런데 감사나눔이 도입된 2015년에는 성수기에 기계가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기계도 감사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먹는 모양입니다.”  
삼다수 공장 건물의 중앙 부분에 위치한 넓은 홀에는 ‘감사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동료나 회사에 대한 감사를 카드에 적어서 매달아 놓은 것입니다. 감사나무 가지에는 노란색 종이로 제작한 ‘감사열매’ 즉 감사카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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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아줌마.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좌종현 사출B조 조장님. 사출 B조를 잘 이끌어주시고 필요한 제안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출C조 조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밝은 모습과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다른 조에게 모범이 됩니다.” △“심원섭 조원님. 입사 후 회사 적응에도 힘들 텐데 항상 한 사람 이상의 역할을 잘 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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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오늘의 감사 한마디’ 입간판도 있었는데, 제가 윤 팀장 등 제주도개발공사 간부들에게 아침마다 배달해온 ‘30초 감사’가 사단법인 행복나눔125 명의로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감사만으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감사는 혁신과 만날 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납니다. 실제로 삼다수 공장 곳곳에선 공정 혁신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분임조 혁신활동 추진사례’라는 제목이 붙은 게시판에 부적합, 불합리 발견 목록과 개선 사례가 붙어 있었지요. 개별 개선 테마 목록도 시선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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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수는 ‘감사’와 ‘혁신’의 양 날개로 비상하고 있었습니다. 기계마다 붙어 있는 ‘사랑과 감사’ 스티커가 감사를 대변하고 있다면, 벽면 곳곳에 붙어 있는 ‘한 번 더 생각하자, 다르게 생각하자 Think more, Think different’ 슬로건은 혁신을 웅변하고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경영철학을 연상케 하는 이 슬로건은 김영철 사장의 경영철학이라고 합니다.


삼다수 공장의 현장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참여’였습니다. 삼다수의 비상은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각종 안전 구호가 배너와 계단에 적혀 있었는데, 직원 공모를 통한 실명제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몇 가지 사례입니다.

지킨 만큼 안전 오고
어긴 만큼 위험 온다
-생산2팀 고병훈 作

방치하면 골칫거리
개선하면 자랑거리
-생산1팀 김성훈 作

 

삼다수 공장을 모두 둘러본 다음 본관 건물에 있는 연구개발팀을 방문했습니다. 문수형 팀장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연구개발팀 구성원들의 책상 위에선 양파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모두 8건의 실험을 했는데 긍정 양파에 싹이 돋은 경우가 6건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런 유의미한 결과에 다수가 공학도인 구성원들도 적잖이 놀랐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감사의 힘을 확인하는 다양한 실험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삼다수 공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견학을 옵니다. 그래선지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라는 물 홍보관과 견학 코스가 완비돼 있습니다. 다만 기계가 돌아가는 공장 내부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행복나눔125에 공장 내부 취재를 허락해 주었습니다. 김영철 사장을 비롯한 삼다수 임직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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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정지환 기자